한국 아나뱁티스트 센터(KAC)와 운동 소개

김경중 (KAC 초대 총무, 캐나다 메노나이트 목사)

KAC 탄생 배경

아나뱁티스트/메노나이트 신앙이 한국에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1952년 6.25전쟁 당시 북미의 메노나이트 중앙 위원회(MCC)의 자원 봉사자들이 한국에서 구제 활동을 하면서부터 입니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사랑과 섬김, 봉사의 정신으로 한국에서의 물자 원조, 직업 교육, 사회 복지 사업을 실시했고 수많은 사람들을 구제하였습니다. 또한 대구, 경산, 부산 등 경상도 지역을 중심으로 구제, 교육, 지역 공동체 개발 사업들을 활발히 전개하였는데 그 중에서 특히 전쟁 고아들과 열악한 환경의 청소년들을 구제하기 위해 세운 경산의 메노나이트 직업 중고등학교(1952-1971)의 졸업생들의 관심과 지원은 한국 아나뱁티스트 센터의 탄생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한국 아나뱁티스트 센터의 탄생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친 사람들은 춘천의 예수촌교회 리더들입니다. 그들은 성경적 교회 회복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한국에서 아나뱁티스트 신앙과 자료 보급의 필요성을 인식했고 북미의 선교부에 메노나이트 선교사를 파송해 줄 것을 의뢰했습니다. 초대 선교사, 고길수/고아라(Chris & Laura Mullet Koop)부부가 2년(1996-1998) 동안 춘천과 화천에서 사역하는 동안 예수촌교회의 리더들은 한국에서의 아나뱁티스트 신앙 자료를 공유하고 교육할 수 있는 기관 설립의 필요성을 인식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미의 메노나이트 선교부는 고길수/고아라 부부의 후임으로 1998년 표대문/캐런(Tim & Karen Froese) 선교사님 가정을 한국에 파송했습니다.

표대문 선교사님은 처음 2년 동안 한국 문화와 언어를 익히면서 그전에 MCC를 통해서 한국에 왔던 메노나이트 직업 중고등학교 선생님들과 졸업생들을 만나면서 친분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나뱁티스트 신앙에 관련된 자료들을 모으면서 앞으로 있을 한국 아나뱁티스트 센터의 창립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김경중, 이재영 형제는 캐나다 메노나이트 신학 대학을 졸업하고 귀국해서 국내에서 활동하면서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있었는데 두 형제가 표대문 선교사님을 도와서 한국 아나뱁티스트 센터의 창립에 참여한 것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고 생각합니다.

KAC 창립 예배 2001년 11월 2일

KAC의 창립을 위해 여러 차례 준비모임 가진 후 드디어 서울 유니온 교회에서 KAC 창립예배를 드렸습니다. 참석자들 중에는 KAC staff, 가족들, 이사회, 예수촌교회, 메노나이트 직업중고등학교 졸업생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메노나이트 해외 선교부 관계자들을 포함해서 약 50여명의 사람들이 참석했습니다.

KAC 창립을 앞두고 가장 민감했던 사안은 과연 정당한 전쟁을 지지하는 한국교회와 전통적 평화주의를 주장하는 아나뱁티스트 신앙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였습니다. 특히 2001년 911테러 후 전쟁과 보복을 정당화하는 한국 사회와 보수 교회에 하나님께서 KAC를 통해서 주시는 말씀이 무엇인지를 참석자들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예배 후 창립 기념 세미나에서는 폭력과 전쟁이 난무한 국제 정세 속에서 성경적 평화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Sheldon Sawatzky 선교사님께서 말씀을 전하셨고 이어서 한국 아나뱁티스트 신앙 운동이라는 주제로 차성도 교수님께서 말씀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KAC는 창립과 함께 “아나뱁티스트 역사와 신앙고백” 이라는 첫번째 책을 출판했습니다.

KAC 선교의 소명

KAC를 통해서 아나뱁티스트라는 새로운 교회와 신앙 운동이 소개되자, 사람들은 “한국에 교회가 이렇게 많은데 왜 또 하나의 새로운 교회가 필요하는가? 라는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KAC는 처음부터 메노나이트 교회를 세우는 일에 관심 있었다기 보다는 한국 교회의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아나뱁티스트 비전을 공유함으로써 교회개혁의 회복을 위한 발판이 되는 일에 더 큰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린도후서 4:5 말씀은 KAC사역 시작부터 중요했습니다. “우리가 우리를 전파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 예수의 주 되신 것과 또 예수를 위하여 우리가 너희의 종 된 것을 전파함이라” (고후 4:5).

KAC가 사역초기부터 추구했던 선교의 소명은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드러내기 위하여 아나뱁티스트 관점의 성경적 제자도 평화 공동체를 추구하고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사역의 핵심 가치

KAC 사역은 처음부터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으며, 이를 위해 아나뱁티스트 비전의 제자도, 평화, 공동체라는 각각의 주제가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료, 교육, 섬김, 협력을 주요 사역활동으로 삼았지만 그 핵심에는 모두 사랑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KAC 선교의 소명(Mission Statement)는 바로 이러한 핵심 가치를 반영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큰 주제들의 틀을 벗어나지 않고 사역을 해오고 있습니다.

제자도는 사랑입니다

사람들이 예수님께 무엇이 가장 큰 계명인지를 물었을 때 예수님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첫째는 이것이니 이스라엘아 들으라 주 곧 우리 하나님은 유일한 주시라.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신 것이요” (막 12:29,30). 그리스도의 제자는 하나님을 이처럼 사랑하는 자를 말합니다.

평화는 사랑입니다

“둘째는 이것이니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것이라 이에서 더 큰 계명이 없느니라” (막 12:31). 우리의 이웃은 원수(마 5:44), 나그네(마 25:43), 아내(엡 5:25), 고아(약 1:27), 가난한 자(잠 29:7), 과부와 이방인(신 10:18) 모두를 포함합니다. 우리가 이웃을 사랑할 때 우리는 평화를 전파합니다.

공동체는 사랑입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새 계명을 주셨습니다.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줄 알리라” (요한 13:34,35). 공동체는 사랑을 실천함으로 이룰 수 있습니다.

주요 활동

KAC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드러내기 위하여 기독교 신앙을 아나뱁티스트 관점에서 소개하였는데 이는 아나뱁티스트 신앙이 초대교회와 현대교회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KAC는 아나뱁티스트 관점의 제자도, 평화, 공동체의 비전을 소개하고 살아가기 위해 각각의 주제에 맞는 자료, 교육, 섬김, 협력의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1) 자료

KAC가 중점을 둔 첫 번째 사역 활동은 아나뱁티스트 자료 개발하고 보급하는 일이었습니다. 표대문 선교사님은 해외에서 수집한 책을 바탕으로 KAC 도서관 시스템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습니다. 한국의 주류 교회들은 그전까지 아나뱁티스트 신앙을 이단적인 운동으로 보았기 때문에 KAC에서 아나뱁티스트 신앙과 역사에 대한 문서를 많이 보관하는 것이 중요한 임무였습니다.

KAC 도서관에는 약 2,500권의 아나뱁티스트 도서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2015년 당시). 한국의 신학대학(원)에서 아나뱁티스트 역사와 신학에 관심있는 학자와 학생들이 종종 KAC 사무실을 방문하여 아나뱁티스트에 대한 연구와 논문 자료를 위해서 KAC에서 책을 빌려 가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아나뱁티스트 신앙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지만 KAC 사역이 시작되기 전에는 한국에서 아나뱁티스트 신앙을 연구할 만한 자료가 거의 없었고, 메노나이트 교회나 신학교도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나뱁티즘에 대해 무지하고 오해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KAC에서 아나뱁티스트 도서를 한국어로 번역 출판 한 일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번역은 다른 언어 간의 의사 소통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교육에 대한 가장 실용적인 접근 방식 중 하나였습니다. KAC의 출판사인 한국 아나뱁티스트 출판사(Korea Anabaptist Press)는 기독교 신앙을 아나뱁티스트 관점의 제자도, 평화, 공동체 관점에서 소개하는 문서선교 사역을 했습니다. KAC 사역 초기에는 한국어로 된 아나뱁티스트 관련 서적이 많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한국어로 번역된 아나뱁티스트 책이 백여권이 넘는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2) 교육

KAC 사역 활동 중에서 큰 관심을 불러온 것은 아나뱁티스트 자료, 교육 훈련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한국 신학교에서 아나뱁티스트 신앙과 역사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아나뱁티스트 교회에 대한 이단시비를 바로잡는 일은 KAC에게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그래서 KAC는 2003년부터 아나뱁티스트 교회사가, 신학자, 상담가, 목회자 등을 초청해서 한국의 신학생들과 교수, 목회자 일반 교인들을 상대로 성경 말씀을 아나뱁티스트 관점에서 가르치는 교육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KAC의 첫번째 초청 강사로 오셔서 말씀을 전해주신 알렌 크라이더 교수님은 아나뱁티스트 신앙이 초대교회와 현대교회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어떻게 해왔는지에 대해서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초대교회의 신앙과 삶에 일치하는 아나뱁티스트 신앙의 영향력은 대단했습니다. 크라이더 교수님의 영향을 받은 어느 한 교회는 이듬해 담임목사를 포함하여 전체 회중이 다시 세례를 받음으로써 교회의 멤버십을 갱신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습니다. KAC는 그후 계속해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아나뱁티스트 관점에서 소개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분들을 해마다 초청해서 한국의 신학교, 교회, 단체 등을 방문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아나뱁티스트 관점에 열려 있던 사람들은 교회의 삶과 역사에 대해 더 많이 알기 원했고 그런 사람들일수록 아나뱁티스트에 대한 관점도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며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한 전반적인 도전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아나뱁티스트 신앙은 한국 교회의 갱신에 중요한 자산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아나뱁티스트 신앙과 평화사역의 중요성: KAC 사역의 주제는 아나뱁티스트 관점의 제자도, 평화, 공동체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그 목적은 예수그리스도와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드러내기 위함이었습니다. KAC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섬김의 가르침을 전파하기 위하여 세계 분쟁지역에서의 평화와 화해, 회복을 위해 활동하는 다양한 단체, 교회들을 만나서 활동을 했습니다. KAC 초장기부터 당면했던 주제는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도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KAC는 규모는 작지만 시작부터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과 만나서 대화하고 그들의 결정을 지원해주었습니다. 그 때문에 KAC를 이단이라고 정죄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하나님 나라를 향한 정의와 평화의 흐름을 막지는 못했고, KAC는 평화를 복음의 심장으로 이해하고 사역했습니다.

3)섬김

KAC 사역의 또 다른 초점은 MCC와 협력하여 국제 자원 봉사자를 위한 일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국내외 자원봉사기회가 없었다면 지루했을 것입니다. KAC는 MCC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자원봉사 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마련했습니다. KAC는 MCC와 더불어 한국의 청년들이 다른 나라의 아나뱁티스트 관련 교회와 단체, 학교, 공동체에서도 봉사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KAC는 봉사자들이 제자도, 평화, 지역 사회 생활에 대한 실질적인 경험의 기회를 찾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KAC는 제자도, 평화, 공동체를 직접 체험하면서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섬김과 봉사의 기회를 관련 단체 및 한공협(한국공동체교회협의회) 소속 교회와 공동체에도 제공했습니다.

4) 협력

좋은 관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KAC 사역 초기부터 네트워킹은 매우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아나뱁티스트 신앙, 삶의 양식에 관심있는 다양한 교회와 단체들과 협력 사역을 했습니다. KAC는 아나뱁티즘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다양한 개인, 교회, 조직과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KAC에서 협력이란 단순히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만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다리를 연결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소개하고, 전체 창조의 맥락에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KAC가 수행한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교회를 지원하고 협력하는 것입니다. KAC는 한국 아나뱁티스트 교회 운동을 지원하고 자료를 제공하는 일에 함께 했습니다.

  • 교회
  • 기타 단체
    • 한국 메노나이트 교회 연합 (제주, 논산, 김해, 춘천)
    • 한국 아나뱁티스트 펠로우십 (KAF)
    • 메노나이트 교회 세계 협의회 (Mennonite World Conference)
    • 개척자들, 청어람, 한국 평화교육 훈련원 (KOPI), 동북아 평화교육 훈련원 (NARPI), MCC (Mennonite Central Committee), MC Canada (Witness), MC USA (Mennonite Mission Network), Global Anabaptist Network

앞으로의 바람

1950년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한국은 정치, 경제, 과학, 기술, 교육, 인권 등 많은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그런데 남북 관계는 여전히 호전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갈등과 분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날 때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천국의 문을 여는 열쇠를 교회에 주셨습니다. “내가 천국 열쇠를 네게 주리니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 하시고” (마: 16:19). 하나님은 한국 교회가 갈등과 분단에서 평화와 통일로 갈 수 있는 길을 찾기를 바라십니다. 하나님은 그 길을 평화의 왕이신 예수님을 통해 이미 다 알려주셨습니다. 한국에서 아나뱁티스트 신앙이 도움이 되는 이유 중 하나는 갈등과 분단 상황에서 화해와 일치, 평화와 통일을 추구하며 나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나뱁티스트 신앙은 한국 교회의 개혁과 회복에도 여러가지 측면에서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KAC는 창립 후 강남구 논현동의 시민연대 사무실의 한쪽 공간에서 미약하게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 뿌리가 깊이 내리고 여러 갈래의 가지가 뻗어 나와서 성장한 20년생 나무가 되었습니다. 이제 청년기를 지나고 있는 셈입니다. 지금까지 KAC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KAC는 해마다 다양한 모임, 워크숍, 세미나, 방문 및 교류 등의 방법으로 수천명의 사람들을 만났고, 그러면서 작지만 영향력 있는 교회와 단체들을 탄생시키는데도 역할을 했습니다. KAC가 지난 20년 동안 크고 작은 변화를 거치면서도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KAC가 어떻게 성장하면서 쓰임을 받을지 기대가 됩니다. KAC가 하나님 나라의 선교를 위해서 쓰임 받는 귀한 도구로서 사용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무엇보다도 계속해서 한국교회의 갱신과 회복을 위한 귀한 밑거름으로 쓰임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