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2013-2014

 

IVEP에 지원하고 준비하면서도 참으로 감사한 시간을 보냈고 비자 문제로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지 못할 뻔한 상황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극적으로 제 날짜에 출국할 수 있었다. 기대하고 신나는 마음보다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떠났지만 오리엔테이션도 또 그 이후의 캐나다 생활도 항상 나와 함께 해주시는 하나님을 따라 기쁘게 감사함으로 누리며 지낼 수 있었다.

 

IVEP (Orientation, Mid/End Year Conferences)

IVEP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자산은 정말 다양한 문화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 교제했다는 것이다. 첫 만남은 24개국에서 모인 참가자들과의 오리엔테이션에서 시작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친구들을 사귀며 이해와 관심의 폭이 넓어졌다. 이전에는 여행을 좋아하면서도 해외여행하면 서유럽 나라들을 주로 떠올리곤 했다. 동남아시아나 라틴아메리카 지역은 더운 나라들이라는 인상만 있을 뿐 큰 관심은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들을 사귀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지역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각국에 친구들이 있으니 국제 뉴스도 더 가깝게 다가오고 세계를 위해 기도할 때에도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구체적으로 기도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친구들은 하나님을 믿고 섬기는 자세를 지닌 친구들이었기에 짧은 시간만났지만 금새 친해지고 깊이 교제할 수 있었고 특별한 인연이 되었다. 각 자의 placement로 돌아간 이후에도 기도제목을 나누며 기도하고 서로 비슷한 경험, 어려움들을 공유할 수 있어 큰 힘이 되었다. 오리엔테이션과 두 번의 컨퍼런스를 하면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은 매일 아침 다 함께 찬양을 하던 시간이었다. 하나님을 향한 열정이 가득한 젊은이들과 함께 하며 참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Placement (Montreal, House of Friendship/Maison de l’amitie)

나의 Placement는 퀘벡 몬트리올이었다. 몬트리올에 도착해서의 첫 느낌은 유럽적인 분위기와 함께 참으로 다문화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도시 내 건물 곳곳의 벽화들을 보며 예술적인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다. 흥미롭게도 한 블록 안에 포르투갈 빵집, 이탈리아 레스토랑, 아프리카 소품 가게들을 모두 볼 수 있었다. 내가 지낸 곳은 몬트리올 안에서도 포르투갈 지구였는데, 밖에 나가면 공용어인 프랑스어와 영어뿐만 아니라 포르투갈어까지 세 가지 언어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House of Friendship(Maison de l’amitié)라는 커뮤니티센터에서 랭귀지프로그램의 코디네이터 어시스턴트 겸 리셉셔니스트로 일했다. 일하던 곳에서도 정말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커뮤니티센터는 메노나이트교회의 후원을 받으며 메노나이트 퀘벡 사무실과 연계하여 여러 평화활동을 하기도 하고,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활동들을 해왔다

최근 힘쓰는 활동 중 하나는 언어 프로그램이었다. 프랑스어, 영어, 스페인어 수업이 제공되었고 주로 갓 캐나다에 도착해 정착하고자 하는 이민자들, 난민들이 수강하였기에 정말 많은 국적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선생님들도 모두 봉사자들이어서 각 요일마다 선생님들이 달랐고, 그만큼 많은 선생님들을 만났다.

처음에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사귀고 돕는 일이 그저 즐겁고 기쁘기만 했다. 하지만 한 번에 6주 정도 되는 세션을 두 세 번 거치며 많은 학생들, 봉사자 선생님들이 비자 문제로 혹은 직장 때문에 떠나는 것을 경험하면서 허함을 느끼기도 했다. 마음을 많이 주고 가까워져도 오래지 않아 떠날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긍정적으로 생각을 바꿔 각 세션마다 만나는 사람들 모두에게 최선을 다하고, 또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학생, 선생님들만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일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때로는 언어 문제로, 문화의 차이로 혹은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당황스러운 일을 겪거나 마음이 상하는 일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어려운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향한 이해와 사랑을 몸소 깨닫고 지혜롭게 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코디네이터 어시스턴트로, 리셉션에서는 리더로 두 가지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예상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기도 했다. 여러 세션들을 거치면서 언어 프로그램의 진행하는 데 필요를 채우고 세션마다 등록을 받는 일도 그렇고 리셉션에서 일하다 보면 갖가지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순간순간마다 닥친 상황을 판단하고 선택하며 대처, 해결하는 일이 쉽지 않았는데, 프로그램을 마치는 날까지 그 부분을 훈련했던 것 같다. 그리고 두 가지 역할을 담당하며 내가 해야 할 일을 좀더 넓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과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직접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 작게는 프랑스어로 전화를 받는 일도 쉽지 않았지만 나의 부족한 부분을 단련하며 조금이나마 극복하고 보완하는 기회가 되었다.

 

Community Residence, Host Family
일하던 커뮤니티센터 3층에 학생 기숙사가 있었다. 2000년 대 이전에는 난민 혹은 이민자들의 숙소로 쓰이던 곳이었다. 나를 비롯한 퀘벡 IVEPer들은 호스트 가족이 있기는 했지만 함께 살지 않고 이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과 공동 생활을 하며 더 많은 교류를 하고 배울 수 있었다. 커뮤니티 기숙사였기 때문에 매주 한 번씩 하우스 밀을 함께 하며 다양한 스타일의 음식도 맛보고 레시피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함께 하는 활동도 많았다. 그리고 활동적이고 배려심 깊은 친구들이 있어 하우스 밀을 하는 날이 아니어도 함께 요리하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시간이 많았고, 부엌에서 이야기하고 공부하는 시간도 많이 보냈다. 함께 장을 보러 가고 운동하고 공연을 보러 가거나 미술관에 가고, 대학 방학기간에는 함께 여행을 가기도 하는 등 호스트 가족과 살지는 않았지만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

개인 생활을 자유로이 하면서도 언제든 교제할 수 있는 친구들이 가까이 있어 감사했다. 물론 다른 사람들과 사는 데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 어려움이나 문제들을 혼자 삭히는 것이 아니라 지혜롭게 이야기하고 해결해 나가는 연습도 하게 되었다.

호스트 가족과는 매주 일요일 교회에서 보기도 했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씩 만나 식사를 하거나 특별한 활동을 했다. 추수감사절이나 부활절에 식사를 하며 서양 문화를 배울 수 있었고 호스트 가족이 자주 먹고 좋아하는 식사를 함께 하고 김밥을 같이 만들어 먹기도 하며 서로에 대해 배우고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졌다. 활동적이고 운동을 좋아하는 가족이어서 겨울에 스케이트도 타고 컨츄리 스키도 처음 타보고 여름이 되어서는 몬트리올 바이크 투어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호스트 가족 덕분에 국제적, 이국적인 도시인 몬트리올에서 캐나다 문화를 접하고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른 활동

여가 시간에는 한국에서 하고 싶지만 시작하지 못했던 것, 내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도 도전해 배웠다. 기타, 스윙댄스, 스페인어를 꼽을 수 있는데 사는 곳, 일하는 곳, 교회가 한 건물 안에 있어 활동범위가 작을 수 있었는데 이것저것 배우면서 새로운 만남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스페인어는 일하면서 필요를 느껴 배우게 되었는데 배움도 나의 성취와 만족감을 위해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을 돕고자 준비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의 변화도 있었다.

교회 (MFM)

교회는 Mennonite Fellowship of Montreal (MFM)이라는 메노나이트 교회에 출석했다. 새로운 하나님의 공동체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모임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예배시간에 설교에 대한 질의응답과 토론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어린이설교 또한 어른 설교 앞에 있어 아이들이 어른들과 함께 예배에 참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또 한 가지는 교회 내 자매들의 참여도였다. 예배와 찬양을 인도하고 설교도 하며 리더의 역할을 맡는 자매들의 모습을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교회 내에서, 특히 한국 교회 내에서는 쉬이 볼 수 없는 광경이었기에 새로웠다. 또한 메노나이트 신자들이 개인적인 믿음을 지키는 것뿐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 사회에서, 가깝게는 지역사회에서부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늘 고민하는 모습은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돌아보게 하고 좋은 자극이 되었다.

 

하나님과의 관계

혼자 떨어져 타지에서 살고 일을 배우며 기댈 곳은 하나님 뿐이었다. 힘든 상황에 부딪칠 때마다기도하며 하나님께 지혜를 구했고 즐겁고 기쁜 일이 있을 때에도 가장 먼저 감사의 찬양을 드렸다. 내가 있던 해에 일하던 곳의 수퍼바이저, 기숙사 코디네이터, IVEP 지역 코디네이터가 여러 번 바뀌는 일들을 겪고 적응해가면서 마음이 어렵고 외로움을 느낀 시기도 있었지만 그 시간 속에서 하나님을 일대일로 더 깊이, 친밀히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려운 일이 있어도 그것은 주님께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허락하신 것이고 이겨낼 힘을 주신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만큼 좋은 사람들도 많이 붙여주셨다. 하나님의 도우심과 인도하심 속에 어려운 시간들을 무사히 겪어 지나왔고 즐거운 생활도 감사함으로 누릴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보며

1년 동안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보고 느끼고 배우는 귀한 경험을 하였다. 나 스스로를 더 알게 되었고 다양한 사람들과 생활하고 일하면서 스스로 많이 깎이고 깨지고 낮아지며 성숙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와 다른 사람을 그냥 다름으로 인정하고 이해하며 품을 수 있는 품이 조금은 넓어졌다는 생각도 들고 감사가 된다. 그리고 1년 간 캐나다에서 섬기며 느낀 것은, 어느 곳이나 종류가 다를 뿐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항상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캐나다로 떠나기 전에도, 가서도 캐나다에서 봉사한다고 이야기하면 놀라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다른 이들이 우러러 보고 살고 싶어하는 북미 땅에도 어두운 면은 있고 섬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메노나이트 사람들을 만나고 또 커뮤니티센터에서 섬기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귀한 경험들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MCC KAC, 기도로 큰 힘이 되어 주신 교회 식구들을 비롯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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