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하영 (2008-2009)

 

 

지난 8월 싱그럼을 가득 품고 ivep의 삶으로 떠난 첫날이 기억난다. 친구들과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기대 반 근심 반으로 내 마음을 가득 채우며 비행기를 탔던 그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L’Arche 라는 장애인 공동체에서 1년을 보내기로 되어 있었다. L’Arche는 불어인데 영어로는 ‘Ark’, 즉 방주라는 뜻을 갖고 있다. 우선 가기 전에 L’Arche에 대해서 조금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한국의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가 다 알만한 헨리 나우엔이 쓴 책을 읽어본 자라면 한번쯤은 L’Arche에 대한 언급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L’Arche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은 후 그의 생을 이곳에서 마감할 정도로 L’Arche에 깊은 사랑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나는 가기 전에 그가 쓴 ’아담‘이라는 책을 읽으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물론 기대되고 행복했지만, 난생 처음으로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된다는 부담감이 나의 마음 한 쪽을 깊게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홀로 도착한 L’Arche의 인상은 참으로 조용했다.한국의 주말과는 정말 다른 조용한 나라 미국. 그것이 나의 L’Arche, 그리고 미국에 대한 강한 첫 인상이었다. 내가 살았던 곳은 모두 4개의 집으로 이루어져있는 L’Arche 중에서도 비교적 규모가 있는 곳이었으며,그 중 내가 살았던 집은 Hopespring이라는 이름을 갖은 예쁜 chapel이 있는 집이었다. 나는 2명의 장애인 친구와 2명의assistant와 함께 생활을 했다.

드디어 긴장했던 기대했던 나의 L’Arche 생활이 시작되었다. 수많은 오리엔테이션과 작고 큰 시험들의 연속이었다. 매일 매일이 긴장이었다. 어느 시점이 지나고 나니 같이 살던 친구들과도 삐걱였다. 나 는 타국에서 온 내 상황을 좀 더 이해해 주길 바랬고, 그들은 내가 다른 미국인 친구처럼 살아주길 원했던 것이다. 서로의 좁은 이해관계 속에서 내가 이곳 생활을 1년이나 버틸 수 있을지가 화두에 올랐다. 더욱이 호스트가 없었던 나로서는 내가 스스로 내 자신을 돌봐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쌓여만 가는 불만들을 놓고 기도하며 하나님과 이야기 하던 중 나에게 사건이 하나 생겼다. 어느 날 집에 장애인 두명과 내가 혼자 남아 있었다. 이미 시간은 자정을 넘긴 터였고 나는 하루를 마무리 하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한 장애인 친구가 화장실 가는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울기 시작한 것이다. 급하게 화장실에 가서 친구를 보니 친구는 화장실 바닥에 앉아 울고 있었고 그 주변은 친구의 변과 토사물로 얼룩진 상태였다. 너무 당황했지만 나는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다. 다행히 단순히 급체 한 것 같다며 그냥 씻겨준 뒤 침대에 가도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장애인 친구를 깨끗이 씻기고 침대에 눕히자, 그는 나를 꼭 안아주면서 잠이 들 때 까지 이렇게 안아 달라고 말했다. 그 친구도 많이 놀랐던지 한참이 지나서야 잠이 들었다.

그리고 잠든 친구를 보면서 생각했다. 내가 왜 이 곳에 왔는지, 처음 어떤 마음으로 기도하고 준비 했는지. 그것이 비록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상황일지라도 처음 마음과 기도를 생각하니 그 동안 보이지 않고 내 기도는 들으시지 않으시는 것 같던 하나님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물론 이 사건 이후에 내 마음을 만져주시고 치료해 주시는 하나님을 경험 했으며 내가 그렇게 준비 되었을 때 더 넓은 시야로 그곳과 그 곳의 친구들을 볼 수 있도록 도우셨다.

L’Arche는 정말 아름다운 공동체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살지만, 그 곳은 장애인만을 위한 공동체도 아니요 그렇다고 장애인을 통해 비장애인이 성장하고 치유 받는 곳도 아니었다. 정말 말 그대로 함께 어울려 사는 공동체였다. 그들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랑하려고 노력했다. 서로를 배려하고 인정하는 모습 속에서 하나님의 치유와 사랑은 덤이었다. 나 또한 장애인을 대하면서 나도 모르게 갖었던 그들을 향한 선입견과 마음들을 보게 되었다. 내가 어떤 부분을 고치야 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다가가야 하는지를 머리로 알게 된 것이 아니라 눈으로 직접 보고 겪도록 하셨다.

나의 지난 일 년의 아름다운 경험은 내가 앞으로 어떤 관점을 가지고,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해주었다. 특별히 장애인과 관련된 일을 내 평생에 직업으로 삼으면서 내가 기본적으로 마음에 담아야 할 것들과 그 것들을 향한 주님의 마음을 분명히 기억하고 가슴에 새긴 한해였다. 앞으로 내 삶에 다른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이 있을 테지만 L’Arche 에서의 삶을 기반삼아 그곳에서 배운 소중한 추억들이 그 모든 것 위에 거름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이런 귀한 시간을 허락하신 주님께 큰 영광과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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