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하 자매님이 남기신 편지 2003-03-06

그리고 모든 기도후원자 여러분께 먼저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지금 4진 합숙장소인 내방역 근처 손이덕수 님 댁에 있습니다.
다행히 제가 머문 방에 컴퓨터가 있어서 이렇게 마지막 인사라도 올릴 수 있네요.
아무래도 어제의 상황을 말씀드리는 것이 여러분의 기도를 도울 수 있을 것 같아
몇 자 적습니다.

이미 수사님과 상범 님께서 말씀하셨지만,
어제 밤에 들은 구체적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7일(내일-이라크는 한국보다 5시간 반 정도 늦습니다) 유엔의 무기사찰 보고가
있고 그에 대한 유엔의 안보리 이사회가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으로서는
터키에 군대 주둔지를 확보에 실패한 까닭에 주변국으로 군사시설을 배치하고 있고
UN 결정에 상관없이, 혹은 UN에서 탈퇴해서라도 공격을 감행할 작정인가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전쟁이 안났으면 좋겠다’고 바랄 수 있겠지만,
현지의 분위기는 ‘7일이 기점이다’라고 보고 있답니다.
(그날 개전될 수도 있다는 거지요)
이라크 정부에서 ‘7일’이전까지 바그다드의 4-500명의 평화운동가들로 하여금
정부에서 지정한 60여 개의 장소-군수시설, 발전기 등 국가 주요시설 등 주요 공격목표가 될 만한 지점-으로 가도록 명령했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이라크에서 나가라고 했답니다.

이에 따라 이미 외신들은 떠나고 있고, 한국 팀도 일단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내일 0시 55분에 4진인 저희와 요르단에서 만나지요)
각 국의 평화운동가들(IPT 포함) 400명 중 200명은 남기로, 200명 정도는 철수하기로 했으며, Human Shield 팀은 100명 정도가 남되, 정부가 지정해 준 60개 곳 중에서 그나마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5개 지역을 선정해 나눠 들어간 상태라고 합니다.(그들은 애초에 정말 인간방패를 자처한 것이니까요)

정리하면, 어제까지의 전쟁 억제를 위한 반전활동은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태고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이죠.

원 래 한국팀이 연대해서 활동하기로 되어 있는 IPT는 지금 이라크 정부와 협상 중입니다. 정부가 지정해 준 지역에 배치되어 미군의 공격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애초 팀의 원칙대로, ‘민간 시설- 병원, 학교, 가정 등’에서 주민들과 함께 있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정부가 수락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리고 만일 협상에 실패하고, 7일이 지날 경우 외국에서 온 평화운동가들은 체포되어 위의 60개 시설에 강제로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제가 합류하고 싶어하는 CPT는 IPT안에 속해 있긴 하지만, 독자적인 결정을 내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KAC에 그것을 문의하려 했는데, 긴밀한 연락이 취해지진 않아서 아마 제가 직접 바그다드로 전화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넘 무거운 이야기만 드렸군요, 여기까지가 객관적 상황이구요^^*

너 무 감사하게도, 한국 애너뱁티스트 센터가 저의 공식적인 파송단체가 되어 주겠다는 결정을 받았습니다. 아시겠지만, 메노나이트 교회의 전통과 신앙고백이 적어도 이 상황에서, 그리고 앞으로도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예수님의 마음을 생각하고 비폭력, 기독교 평화주의 입장에서 내릴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는 신뢰가 들었던 탓에 몇몇 단체에 이름을 걸고 있으면서도 정식 제 소속을 애너뱁티스트로 해 주시기를 바라며 끝까지 기다리고 담당자 분들과 교제한 결과, 어리버리하고 신앙배경도 많이 다른 저를 받아주신 것입니다.(어제는 그곳에서 명함을 비롯한 제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몇 가지와 ‘평화 패키지’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열심히 읽어야겠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4진의 결정은 너무나 명확해졌습니다.
이미 출발하기로 한 분 중에서 1명은 상황을 보고 가지 않기로 했고
6명(임영신 간사님, 저, 경남평화연대의 두 분, 그리고 한 설치미술가, 주재일 뉴스앤조이 기자)만 일단 떠나기로 했습니다.
이미 들어가 있는 한국팀의 일부는 다음 주 초에 귀국을 할 것이고,
나머지는 난민촌 사역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한상진 팀장을 비롯한 3명은 다시 이라크로 들어가기로 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4진도 ‘개인적인’ 결정을 해야 합니다.
크게는 이라크로 들어갈 것인지, 요르단에 머물 것인지 입니다.
즉, 한국팀이 단일한 결정을 내리지는 못할 것입니다.

현재 요르단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모두 이라크 난민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했으므로
유엔 쪽에서 각 국경지역에 난민 수용소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돕는 거지요.

만일 이라크로 들어간다면, 그것은 진짜 ‘인간방패’ 역할을 자임하는 것입니다.
관광비자나 IPT비자가 아닌 Human Shield비자로 들어갈 수밖에 없고(하루만에 나옵니다) 그럴 경우 Human Shield나 IPT와 함께 활동해야 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Human Shield 비자로 들어가서 IPT의 협상을 지켜보면서 기다리고 그 과정에서 CPT와 만날 수 있다면 그분들의 결정을 신뢰하면서 함께 움직일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은 7일에 전쟁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가정하는 거지요.

만일, 현지 분위기대로 그나 개전이 된다면 저는 요르단에서 폭격을 목격하게 되겠고, 난민 사역에 투입되겠지요.(김동문 선교사님을 비롯한 요르단의 한인사역자들 난민사역을 위한 NGO를 구성, 신청하고 계십니다.)

이 결정은 “떠나기 전에” 해 달라고, 한국 반전평화팀에서 당부를 하셨습니다.
따라서 제 기도제목은 주께서 가장 원하시는 일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깨달아서 그대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비겁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모하지도 않은,
평화의 그리스도를 증거하되 이라크 정부를 정당화하고 그들에 이용당하는 일은 없도록 기도해 주세요.
그리고 이라크 현지의 반후세인 세력은 이번의 미국 공격을 기회로 정부를 엎어버릴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 과정에 외국인들도 타겟이 될 것 같다고 합니다.

이 모든 상황을 접하면서 제 마음에 드는 생각은

우리가 방패가 아니라 하나님이 방패시다
그리고 정말 주님이 피난처시다
라는 것입니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어리석인 우리들을 주께서 인도하시길
그리고 주님의 뜻이 이뤄지고, 하나님의 이름이 이라크 땅에서도
높아지기를 기도합니다.

마 지막으로, 제 부모님을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가라고 허락은 하셨지만, 그리고 차마 말리시지는 못하시지만 마음이 많이 아프신가 봅니다. 두 분 다 느닷없이 몸살이 나셔서 그저께 밤에 함께 자는데 밤새 끙끙 앓으시더군요. 공항도 나오시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아버지 전화는 016-345-1903 어머니 전화는 016-704-1903/ 어머니 메일은 yougsan48@hanmail.net입니다. 혹시 위로의 연락을 해주시면 두 분이 좀더 안정되게 생활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참고로 두 분은 예수님을 믿지 않습니다)

기도부탁을 드릴 수 있는 여러분이 있어서 저는 행복합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저도 계속 한국을 위해,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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