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심은 살아 있는가?” – 이재영

모두에게 평화의 인사를 전합니다!

저희 센터(KAC) 소속으로 이라크에 간 유은하 자매와 몇 일 전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요르단 국경을 지나 이라크에 입국하기 전 요르단에서 한 마지막 전화였습니다. 전 은하 자매에게 이라크 땅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의 마음이 바뀌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저는 이 유능하고 헌신된 젊은 아가씨에게 “평안히 가십시오”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을 떠나면서, 유은하 자매는 “곤궁과 공포 가운데 있는 이라크 사람들에게 평강의 왕이 그들 가운데 함께 하심을 증거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크리스쳔이 아닌 그녀의 부모님과, 그녀의 남자친구 그리고 KAC 스텝들은 걱정하는 마음으로 워싱턴 DC에서 전해지는 뉴스에 연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또한, 나의 대학 친구인 리사 말틴스도 대부분의 기독교 평화 사역팀(CPT) 멤버들이 이라크를 떠나고 있는 가운데도, 다른 4명의 CPT 멤버들과 함께 이라크 땅에 머물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녀는 이라크에 벌써 3주 째 머물고 있습니다. 말틴스은 자신도 개전 소식에 두려움을 느꼈지만, “이 곳에 있는 무고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누군가는 그들 곁에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미국 언론들과 이라크 현지에 있는 친구들에게서 전해 오는 소식을 들으면서 요즘 제 마음은 매우 혼란스럽고 슬퍼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 무엇인가가 아주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는 반전 열풍 외에도, 상당수의 미국인들 또한 UN과 국제적 승인 없이 행해지는 이번 전쟁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부시와 그의 추종자들은 이번 전쟁을 “계속 진행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 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습니까?

미국이 그렇게 자랑스러워 하는 그들의 민주주의와 자유가 이것입니까? 미국 정부가 이번 전쟁을 통해 중동에 퍼트리고자 하는 정치체제가 바로 이런 것입니까? 그렇다면, 독재정권과 미국의 부시 정권이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제발 누가 답을 알고 있다면, 저에게도 좀 가르쳐 주십시오.
전 단지 이번 전쟁이 이라크에 국한된 위기라고 생각치 않습니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민주주의와 자유와 정의, 그리고 평화를 믿는 모든 사람들에게 닥친 위기입니다.

이라크 공격(다음은 북한?)이 미국인들의 안전을 100% 보장해 주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실제로, 지금 이 시기가 미국인들이 해외 여행을 하기에 가장 위험한 때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외부 세력에 위한 강제적인 이라크 내 권력변화는 전쟁을 통해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젊은 세대들의 마음 속에 전후 미국에 의해 생겨날 친미정부나 미국 사람들에게 엄청난 적개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 결과로, 사담 후세인이 권좌에서 물러난 다 해도, 9.11 사태와 같은 테러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경제 상황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같이 불필요한 전쟁으로 인해 미국과 세계 경제는 극도로 악화되었습니다. 게다가, 미국인들이 내는 세금의 상당 부분이 이번 이라크전과 폭격과 그 후 복구 작업에 지출되고 있습니다. 얼마나 어리석은 낭비입니까? 같은 인간들을 살상하는 데 돈을 쓸 것이 아니라, 생명을 구하고, 가난한 자를 구제하고, 자국과 다른 국가들의 교육을 위해서 돈을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 전쟁 후에 미국 경제가 다시 회복될 것이다”라는 미국 언론들의 보도를 접할 때면 정말 속이 뒤집힐 것만 같습니다. 지금 제 정신으로 하는 말들입니까? 사담 후세인 때문에 자동차 세 대 중 한 대를 포기해야 한다면, 전 사람을 죽이는 대신 그 차 한 대를 기꺼이 포기하겠습니다. 더 이상 서방인들은 이전 세기에 그들의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경제적 풍요를 얻으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현재 미국의 위정자들은 그들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영국과 스페인의 리더들과 함께 모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역사의 아이러니를 다시 한번 느낍니다. 신생 식민지 개척 국가가 과거의 식민지 개척국들로부터 조언을 구하고 있는 모습같지 않습니까? 얼마나 더 오랜 세월동안 이 몇몇 나라들의 번영을 위해 다른 많은 인류 동포들이 자신의 자원, 문화, 그리고 생명을 희생해야 합니까?

하지만, 이와 같은 현 정치 상황에도 불구하고 저는 미국의 양심이 여전히 살아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이러한 슬픈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미국인들입니다. 미국인들만이 그들의 대통령이 그들의 음성에 귀 기우리게 만들고 국민의 힘을 두려워할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바로 당신이 저 멀리 이라크 땅에서 죽어가고 있는 수 천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임을 기억해 주십시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타인과 더불어, 타인을 위해 사는 사람과 자기 자신의 유익을 구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이번 전쟁에서 후자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먼 후손들이 읽게 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우리가 매일 써 내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합시다.

나의 사랑하는 미국인 친구 여러분!

미국은 제가 평화와 정의, 그리고 화해에 대해서 배웠던 나라입니다. 여러분들은 제가 평화사역에 뛰어들게 만들었던 사람들입니다. 전 당신들에게 모든 세상을 변화시켜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이라크 땅에 있는 저의 친구들만은 죽이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이번 전쟁을 여전히 지지하고 있는 사람이 여러분 주위에 있다면, 그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이것이 제가 이라크 땅에 있는 두 명의 제 친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입니다. 그들과 이라크 땅에 있는 다른 모든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샬롬
2002년 3월 16일
한국에서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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